상사 위에 AI가 있다
AI 앞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시대. AI 시대에 가장 먼저 밀려나는 사람은 어쩌면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안망노트
300건+ 서류·면접 검토한 실무자 · 1:1 커리어 컨설팅

이 글은 안망노트 멘토가 브런치에 직접 쓴 글을 그대로 옮겼어요.

메타 코리아에 종종 회의하러 들리면서 “요즘 어때요?” 같은 안부를 주고받곤 합니다. 요즘 그곳에서는 AI를 활용한 인력 운영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고 해요. 팀 KPI 역시 AI 분석 결과가 깊이 관여하고, 개인의 성과 측정 또한 AI 지표가 활용된다고 합니다. “상사 위에 AI가 있다”라는 말도 나온다고 해요.
내부적으로는 AI 학습을 돕기 위해 회의 녹화, 통화 내용까지 사람이 다양한 인풋을 제공한다고 하죠. 마치 언젠가 자신을 넘어설 존재를 정성껏 키우고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들이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피하려다 결국 그 운명을 실현해 버린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벌써부터 글로벌 기업과 판교 IT 회사 곳곳에서는 AI로 인한 인력 시장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개발자와 서비스 기획자뿐 아니라,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영업 직군 역시 불안감을 느끼고 있죠.
실제로 어느 직군이 대체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재배치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AI의 일상화는 우리의 일터에 어떤 변화를 줄까요? 과연 유토피아일까요, 디스토피아가 될까요?
우리는 이미 몇 차례의 산업혁명을 겪어왔습니다. 증기기관과 철도의 발달로 대량 생산과 장거리 유통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자동화를 통해 업무 방식 자체가 바뀐 3차 산업혁명 말이죠.
이 흐름들은 현재와도 유사한 성격을 보입니다. 오랜 시간 고착화되어 있던 일의 방식이 무너지고, 누군가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재정의되었다는 점에서 말이에요.
“어떤 일이 사라질까?”보다
“어떤 사람이 가장 먼저 불필요해질까?”
AI는 사람을 밀어내기 위해 등장한 존재가 아닙니다. 성과를 수치로 만들고, 변동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라는 지시를 너무 잘 수행하고 있을 뿐이죠.
그래서 AI 시대에 가장 먼저 밀려나는 사람은 어쩌면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왜 이 일을 이렇게 해왔는지,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왔는지 말하지 못한다면 그 일은 곧 데이터로, 규칙으로, 모델로 대체됩니다.
AI의 일상화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우리가 정의하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I 위에 상사가 있는 시대가 아니라, AI 앞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시대.
우리는 이미 그 초입에 서 있는 듯합니다.
이 글은 브런치에 먼저 쓴 글이에요. 브런치에서 원문 보기 →